‘나비 축제’하면 함평이 떠오른다. 우리는 함평군은 잘 몰라도 나비축제 하면 함평을 떠올린다. 지방의 자그마한 소도시를 일일이다 기억하긴 어렵다. 한반도의 서남단 전라남도 서해안의 작은 도시 함평군은 ‘나비축제’로 지자체의 명성을 전국에 떨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함평 나비쌀은 불티나게 팔리며, 전국 최고의 명품 쌀로 평가되고 있다. 또 나비축제는 대한민국 최우수 축제로 꼽힌다. 나비를 통해 촌락 문제를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다.
대한민국 최고의 역사문화관광도시인 경주는 축제가 없다. 도시 이미지를 브랜드화할 대표적인 축제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15년 동안 해마다 개최되며, 경주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한 ‘술과 떡 축제’도 2013년 최양식 시장이 스스로 폐지하면서 문화관광 도시로서 면모를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축제는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속성을 가지면서 시행착오와 보완을 거치면서 완성돼 가는 것이다. 지역 정서에 맞는 특색있는 축제를 발굴해 전통성을 가질 때 지역을 알리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다. 시장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십 수 년 간 이어오던 축제를 하루아침에 사멸시키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대중성 없는 축제를 끌어들여 예산을 낭비해선 안 된다.
특히 대다수의 경주시민들은 아직도 ‘경주 한국의 술과 떡 잔치’를 기억하며 그 축제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신라문화제’가 역사를 일깨우는 축제라면, 술과 떡 축제는 말그대로 잔치성 축제다.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이 어우러지고, 가족과 연인들이 축제장을 찾아 술과 떡 잔치를 벌이는 이른바 놀자 판축제인 것이다.
더욱이 지진과 태풍으로 메말라 가는 민심을 잔치를 통해 잠시나마 달랠 수 있는 축제는 꼭 필요해 보인다. 굳이 경제유발 효과를 따지지 않더라도 투입되는 예산보다 수익성이 보장된다면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최 시장이 즐기던 피리축제나 그림축제는 관람객들의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지만 술과 떡 축제 같은 잔치성 축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축제다. 다시 말하면 엄숙하지 않으면서 웃고 즐기며 생활에 활력소로 승화되는 잔치다. 안방 잔치가 되면 어떠랴. 시민들께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자치단체가 해야할 일이다. 민선7기 주낙영 시장은 전임 시장이 유치한 전시성 축제들은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몇몇 특정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며 전문성을 요하는 축제는 과감히 정리하고, 대다수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중성 있는 축제를 양성해야 한다.
함평군이 1천 마리의 배추나비를 10만 마리의 나비로 부화시켜 대한민국 최고의 축제로 승화 시켰듯이 경주도 15회를 끝으로 폐지된 술과 떡 잔치를 부활해 시민들의 축제로 남기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피리나 그림은 청각과 시각을 통해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나 신바람 나는 분위기는 창출하지 못한다. 시장의 취향에 맞춘 축제보다는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명분에서도 강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명주를 시음하고, 전국의 명품 떡을 시식하며 각설이 타령에 젖어 시름을 달래며 내일을 충전할 수 있는 그런 축제가 진정한 축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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