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事가 萬事라고 했다. 이 말은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뜻이다. 알맞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잘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이다.
율곡 이이는 세 가지 타입의 현명한 신하를 꼽았다고 한다. 도덕이 몸에 배 임금을 섬기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며 정도를 행하는 신하인 대신, 간절히 나라를 걱정하면서 자기를 돌보지 않고 정성을 다해 백성을 보호하고 백성을 편하게 하는 신하인 충신, 항상 자기 직분과 능력을 생각하며 그릇의 크기는 경국에 미치지 못해도 재능이 하나의 관직은 능히 맡을 만한 신하인 간신이 그것이다. 인사는 사람을 채용하고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조선조 실학자 순암 안정복은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이 멀리해야 할 세 가지 타입의 관리로 세리(勢利), 능리(能吏), 탐리(貪吏)를 들었다. 권세를 믿고 멋대로 조종해서 자기 명리만 좇는 자인 세리, 윗사람을 능숙하게 섬겨 총애를 잡고 재주를 부려 명예를 일삼는 자인 능리, 백 가지 계교로 사리를 구하고 자기 몸만 살찌게 하는 탐리를 경계한 것이다.
이러한 인사권을 가진 자가 원칙을 따라서, 그리고 재능에 따라 적재적소에서 신바람 나게 일하도록 하는 일이 지도력을 좌우한다. 경주시청 인사철이 다가오고 있다. 2024년 하반기 경주시를 이끌어갈 승진 인사와 전보 인사가 6월이면 단행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시민행정국장 자리다. 이른바 인사국장이라고 불리는 이 자리는 공무원들의 인사 평정 권한과 승진 대상을 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다.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탐내며, 인사권자에게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가고 싶어 하는 자리다. 당연히 공무원들은 인사국장에게 선을 달아 승진은 물론 전보에서 요직에 앉기 위해 잘 보일 수밖에 없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했던가. 이 자리에 앉게 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인격 형성이 덜 됐거나 수양이 부족한 자라면 횡포를 부린다 할 만큼 더욱 더하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공무원들이 그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를 벌써부터 욕심을 내는 자가 있다고 한다. 인사위원장과 인사권자에게 아부를 하며 평생 목숨 바쳐 충성할 것처럼 재주를 부리고 있다는 소문이 시청 주변에서 나돌고 있다. 소문이 나돌고 있는 자는 역대 경주시장을 모시며 권모술수에 능통하지만 무능 예스맨으로 동료 공무원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누가 시민행정국장에 간다카더라. 아니다 누가 간다카더라. 카더라 방송이 난무하며 깜도 안 되는 것들이 청산개비 재주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윗사람을 능숙하게 섬겨 총애를 잡고 제주를 부려 명예를 일삼는 자인 능리, 백 가지 계교로 사리를 구하고 자기 몸만 살찌게 하는 탐리가 철저히 몸에 밴 인간이 말이다. 동료 공무원들의 지탄을 받고, 존중받지 못하는 자가 백 가지 계교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권자는 율곡 이이가 말한 세 가지 타입의 현명함으로 인사를 해야한다. 그중에서도 자기를 돌보지 않고 정성을 다해 백성을 보호하고 백성을 편하게 하는 신하인 충신을 선택해야 한다. 나라의 평온은 충신들이 만든다. 마찬가지로 충성심으로 임금을 섬기는 신하가 필요하다. 백 가지 계교로 사리를 구하고 자기 몸만 살찌게 하는 탐리는 안 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람의 머리는 빌릴 수 있지만 충성심은 빌릴 수 없다’고 했다. 人事가 萬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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