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점점 줄어들어 다행이다. 그렇지만 학교 현장 안팎에서는 여전히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입는 학생들이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는 서로 힘자랑을 하기 위해 싸우거나, 신체적으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때리는 신체폭력이 주를 이뤘으나, 요즘은 집단 따돌림이나 언어폭력으로 여러 명이 한 명을 괴롭히는 등 학교폭력도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주시내 A중학교에서는 14명이 1명을 언어폭력 가해 피해학생이 병원치료를 받고, 며칠간 학교를 결석하는 등 집단 괴롭힘이 문제가 되고 있다. 가해학생들은 억울하다고 변명한다. 별명은 서로가 부를 수 있는데, 별명을 몇 번 불렀다고 해서 처벌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런 행동들이 피해자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피해자는 집단 괴롭힘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병원치료까지 받고 며칠간 결석까지 했겠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제 학교폭력은 드러내지 않고, 음밀하면서 교묘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학교폭력을 적발하기도 어렵고, 예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경주교육청의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2019년 5월까지 일어난 학교 폭력은 초등학교가 87건, 중학교가 137건으로 대부분은 신체폭력과 언어폭력이다. 학교폭력 유형별 통계를 보면 초등학교의 경우 87건 가운데 신체폭력 50건, 언어폭력 31건, 성추행 8건, 사이버폭력 7건 등이다. 중학교의 경우도 137건 가운데 신체폭력 84건, 언어폭력 52건, 금품갈취 10건, 강요 8건, 사이버폭력 6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어떻든 학교폭력이 접수되면 학교에서는 전담기구를 통해 경미한 사안은 담임종결로 끝내지만, 신체에 상처가 심하거나 사안이 중요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심사하게 된다. 처벌을 결정하는 기준은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가해학생의 반성정도, 가해학생보호자와 피해학생보호자의 화해정도 등이다. 약한 처벌이라도 받게 되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돼 진학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문제가 돼 왔다.
특히 가해학생 부모들은 심각한 학교폭력을 저질러 전학(8호)이나 퇴학(9호) 처분을 받은 것도 아닌데 경미한 처분까지도 학생부에 기록한다는 것은 과하다고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그래서 교육부는 하반기부터 경미한 학교폭력 가해는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즉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1~3호 조치를 받으면 학생부에 처분 사실을 기록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해학생 1~3호 조치는 ‘서면사과’(1호),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 접촉·협박·보복 금지’(2호), ‘교내봉사’(3호) 등이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부는 당락에 결정적이다. 학생부 전형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학폭위 재심이나 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일이 폭증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폭위 재심은 2013년 746건에서 2017년 1천868건으로 약 245% 증가했고, 교육청 행정심판은 2013년 247건에서 643건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대학입시에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받는 것을 참지 못한다. 학교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 학폭위에 가기 전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잘 화해시켜서 처벌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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