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가 대선 2라운드 선거로 변질하면서 ‘지방’이 없는 지방선거라는 지적을 받고 있어 풀뿌리민주주의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지방의 발전을 위한 아젠다는 없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중앙정치권의 야욕만이 판을 친 역대 최악의 지방선거라는 오명을 쓰게 생겼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주선거도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했다. 이번 경주선거 투표율은 49.73%를 기록했다. 4년 전 선거 때 63.8%보다 무려 14%포인트나 낮았고, 8년 전 선거 때 58.3%보다도 더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방선거가 대선이나 총선보다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편이지만 이번 경주선거에서는 유권자의 절반이 투표하지 않은 것은 지방정치의 위기를 방증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 같은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방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경주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주낙영 후보가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과거 경주시장 선거 사례를 보면 현 시장이 재선에 도전할 때에는 공천만 끝나면 경쟁자가 없어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졌고 득표율 또한 무의미했다. 보수의 텃밭 경주답게(?) 국민의힘 후보들은 당선이라는 길을 쉽게 걸었다. 이번 선거에서 경북도의원도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당선됐고, 경주시의원도 21석(비례대표 3명 포함) 중 18석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가 됐다. 특정 정당이 장악한 경주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경주선거가 주목받지 못하고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공천만 끝나면 선거가 끝난 것이나 진배없다는 ‘어당’(어차피 당선) 분위기가 지역사회 내에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주목을 받는 경주시장 선거가 4년 전 치열했던 때와는 달리 일방적인 구도가 형성되면서 투표율이 더 낮아졌다.
지방선거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시민들의 삶의 질과 가장 밀접한 정책을 수립, 시행하는 주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최일선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의 주축인 선거직들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으며 주민들의 삶도 피폐해진다.
지난해 경주시 총예산은 1조8690억원 정도다. 올해는 2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 당선된 주낙영 시장과 경주시의원들은 앞으로 4년 동안 최소 7조5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다루게 된다.
이번 경주선거가 시민들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당선된 주낙영 시장과 경주시의원들은 기본이 있는 경주, 기반이 튼튼한 경주, 지속 가능한 경주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길 바란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 투표하지 않은 시민들의 침묵도 깊이 유념해 최선을 다하길 기대한다.
지방선거직들은 지방을 최우선으로 삼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방선거직은 주민들 때문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선자들은 이번 선거에 출마하면서 주민들에게 ‘지역 일꾼이 되겠다’고 한 약속을 끝까지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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