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개행사를 할 수 없었던 ‘경주시민의 날’ 기념식이 3년 만에 시민들과 함께 치러졌다. ‘경주시민의 날’은 신라건국일인 기원전 57년 4월 병진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6월 8일을 조례로 제정해 2008부터 매년 개최해 왔으며 올해로 15회째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날 6.1지방선거에서 재선을 할 있도록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올해 시민의 날은 시민 화합의 장으로 마련했다. 신라건국 정신을 되새겨 시민이 행복한 경주, 세계로 도약하는 경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주 시장은 이날 ‘ 화합’을 강조한 것은 경주시민의 날 지극히 당연한 메시지라 하겠다.
6월 1일 실시한 지방선거에서 경주가 역대급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을 보면 경주사회의 민심이 분열되어 있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 하겠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주는 22만여 명의 유권자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49.7%가 투표했다. 재선에 성공한 주 시장은 8만3911표를 얻어 78.86% 득표율을 기록했다. 물론 주 시장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투표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주 시장은 이번에 경주시 유권자의 38%에게만 명확한 지지를 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 주 시장의 78.86%의 득표율이 전체 경주시민의 지지도는 아니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주 시장이 앞으로 경주사회의 화합과 통합을 위해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고 본다.
정치적으로 지향하는 바나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고, 세대 간, 조직 간, 계층 간 의견이 다르기에 다양한 양상의 충돌은 우리 사회에 비일비재하다.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주민들이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실시되면서 지자체마다 선거 후유증이 지역사회 내부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
이같이 지자체마다 지역 문제가 풀리지 않고 갈등의 골만 깊어진 것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리더인 선거직들의 역할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주도 선거 후유증의 골이 깊은 지역이다. 선거 때마다 선거직들이 유불리를 따지면서 갈라놓은 민심은 선거가 끝나도 계속됐고 승자의 논리를 여과 없이 합리화하고 있다.
주 시장이 강조한 “시민이 행복한 경주, 세계로 도약하는 경주를 만들겠다”는 전제는 지지하지 않은 시민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다. 그리고 주 시장은 이를 바탕으로 공감·화합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재선에 성공한 주 시장은 선거는 선거로 끝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지지자들을 먼저 챙기기보다는 이번 선거에 무관심했던 시민들의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더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화합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또 치적 행정이 아니라 시민들이 경주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공감 행정을 펼쳐야 한다.
과거 경주시를 이끌었던 역대 시장들의 경우 공도 적지 않았으나 자기중심적 시정 운영을 고수하면서 지역사회 내 만연한 갈등을 해소하는 데에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하나 되는 경주, 시민이 행복한 경주’는 선포만으로 되지 않는다. 주 시장은 재선 임기 동안 시민의 입장을 먼저 살펴 열린 행정, 소통행정, 공감 행정, 청렴 행정을 실천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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