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쑥대밭이 된 경주시에서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K-트로트 페스티벌이 화려하게 진행된다고 한다.
경주시가 정신줄을 놓은 것인지, 이를 주최하는 언론사가 잿밥에 눈이 멀어 기획한 것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현재 경주시가 태풍으로 입은 피해는 주택 9동 전파, 7동이 반파, 747동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또 농작물 891ha가 침수되거나 유실 또는 매몰됐으며 가축 94두 폐사, 양봉 피해 874군, 어선 1척, 양식장 2개소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도로와 교량, 상하수도 등 공공 시설물 피해도 컸는데 15일 현재 피해액만 545억 원으로 집계됐다.
경주시 전역에 걸쳐 엄청난 재난피해가 발생됐는데도 이 와중에 시 중심에서 K-트로트 페스티벌이 벌어진다니 소가 웃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행사를 추진하는 목적도 가관이다. 코로나19로부터 일상 회복을 맞이한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침체된 문화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꼭 이때여야 하는지 경주시에 되묻고 싶다.
그렇다면 경주시는 왜 중앙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애타게 갈구했는가.
그만큼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했기에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을 하기 위해 한 것이 아닌가.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자연재해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재난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본 지역에 대해 선포하는 제도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0조에 의해 대형사고나 재난을 당해 정부 차원의 사고수습이 필요한 지방자치단체를 돕기 위한 제도이다.
특별재난지역의 경우 그만큼 피해가 엄중해 지자체 자체적으로 수습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생계의 터전을 잃고 실의에 빠진 피해 주민들은 옷가지 한 개라도 건지려고 수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시점에서 경주시가 특정 언론사가 주최하는 1회성 페스티벌 행사에 시민의 혈세를 써가며 풍악을 울린다는 것이 일반 상식으로 용납이 되는지 경주시에 되묻고 싶다.
지난 6일 발생한 태풍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아 추석 연휴에도 연휴를 반납한 공무원들이 동원돼 수해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고 집과 삶의 터전을 잃은 피해 주민들은 복구를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데 한켠에서 풍악을 울리다니...
초상집에서 잔치를 한다는 비유 밖에 더 할 표현이 없어 보인다.
주낙영 시장은 지난 15일 알천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풍피해와 복구현황에 대해 언론사에 브리핑을 했다.
“이재민 지원과 구호에 가용 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응급 복구를 오는 23일까지 매듭을 짓는다는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17일 페스티벌이 열리는 걸 감안하면 아직 수해 복구는 묘연한데 한켠에서 그들만의 잔치를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타 지역 지자체에서도 피해를 입은 경주시를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고 돕고 있는데 정작 피해를 입은 당사자인 경주시는 잔치를 하며 얼빠진 행태를 보이고 있어 전국 지자체에서 경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떨지 감히 상상이 간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시민의 혈세를 행사가 아닌, 이재민 지원이나 피해복구에 쏟아부어도 경주시민 누구 한사람 경주시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
수해 복구에 전 시민과 공무원이 나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와중에 뜬금없는 K-트로트 페스티벌 행사는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잘못된 선택으로 보인다.
경주시는 정신 차려야 한다. 경주시민들이 바보가 아니란 걸 다시 한번 되새기고 시민을 위한 진정한 위민행정이 무엇인지를 대오 각성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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