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축하할 일이다. 그렇지만 권력을 가진 힘 있는 정치인이라면 공동체의 정서와 현실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힘 있는 정치인 자녀의 결혼식은 입방아에 오르기 마련이다.
처신에 따라 미담 또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주낙영 경주시장이 지난 19일 자녀(아들) 결혼식을 치렀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경주시청 직원들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일가친척만 참석시킨 이른바 ‘도둑결혼’을 시킨 미담의 주인공이 됐다.
이 일을 두고 지역 주민들은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다. 역시 주낙영이라는 것이다. 청렴도 1등급 도시의 시장답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일부 주민들은 ‘도둑결혼’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하지만 시장으로서 가져야 할 덕목을 제대로 지켰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보기에 따라선 외로운 결혼식이 됐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공동체의 정신과 현실을 봤을 때 잘한 판단이며,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일부 호화 결혼식을 가진 정치인들과 비교되는 처신이다.
필자는 주낙영 시장의 자녀결혼식을 보면서 힘 있는 정치인들의 비난 받은 과거 자녀결혼식을 도마 위에 올려보려고 한다. 지난 2009년 6월 박순자 한나라당 최고 위원의 딸 결혼식을 보자 박순자 최고 위원은 딸을 시집보내고 입장문을 내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공개 결혼식을 가졌기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당시 결혼식에는 한나라당 의원 30여 명이 결혼식장을 찾았고, 축의금 줄이 50미터를 넘었다는 보도다.
결혼은 축하할 일이지만 집권당 최고 위원으로서 경솔했다는 것이다. 힘 있는 집권당 최고 위원 자녀 결혼식이다 보니 눈치 빠른 간신배 정치인들이 이 잡듯 들끓은 것은 어찌 보면 정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박 최고 위원은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의 마음이 일부 언론에 의해 논란이 된 것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심심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반성 없는 유감을 전한 것이다. 또 있다. 2014년 10월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 위원은 아들 결혼식으로 논란을 빚었다. 그는 “청첩장 20장을 돌렸을 뿐”이라고 변명했지만 그 청첩장의 여파는 대한민국을 흔들었다는 비난이 따른다.
그의 자녀결혼식에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장단, 여야 유력정치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친박 실세가 총출동했다. 그나마 축의금을 받지 않아 비난이 좀 사그러 들었다고 한다. 2018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딸 결혼식도 구설수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화환 외에는 다 돌려보냈다고 해 미담처럼 그려졌다. 동문과 지인 몇몇 에게만 청첩을 했다는데,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과 국회의원이 줄을 섰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 제1의 ‘도둑결혼’의 대가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 세 자녀 모두를 ‘도둑결혼’시킨 미담의 주인공이다. 그는 외교부 장관 시절 큰딸과 막내딸의 혼사를 주위도 모르게 시켰다. 뿐만아니다. 유엔사무총장 시절인 지난 2009년 5월엔 외아들 결혼식도 비밀리에 치렀다.
역시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다. 결혼은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힘 있는 권력자라면 달라진다. 힘이 있고 권력이 있을수록 현실을 고민해야 한다.
위에 나열한 정치인들과 한낱 기초단체장에 불과한 주낙영 경주시장의 처신은 절대 비교된다. 역시 경주시가 그냥 청렴도 1등급 도시가 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시장의 처신이 시민들의 처신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