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의 마인드가 그 도시의 미래를 좌우한다. 지금은 격변의 시대다. 소멸돼 가는 도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예전보다 더 폭넓고, 더 세밀하고, 더 멀리 볼 수 있는 페러다임 통찰기술은 필수이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솔루션은 절대적이다. 특히 창의적인 사고와 생산적 활동으로 능동적인 변화를 일으켜 혁신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리더와 인재가 더욱 필요하다.
5월 현재 인구 3만7962명, 재정자립도 6.94%로 전국에서 꼴찌 수준이다. 전라남도 신안군의 얘기며, 박우량 신안군수 얘기다. 이런 신안군이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도시로 완전히 탈바꿈될 전망이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지난 2006년 신안군수에 당선되고 나서 처음으로 할 일이 신안 하면 딱 떠오를 수 있는 신안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첫 번째 추진한 일은 74개 유인도를 ‘꽃의 섬’으로 탈바꿈한 일이다. 그는 꽃으로 내국인을 불러들였다면 이제는 문화·예술로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치적으로 덴마크 출신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인 올라퍼 엘리아슨의 ‘대지의 미술관’을 내년 도초도에 설치한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엘리아슨을 비롯해 안토니 곰리(Antony Gormiey), 야나기 유키노리, 마리오 보타(Mario Botta) 등 세계적인 거장들을 신안으로 불러들이면서 신안을 ‘예술의 섬’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재정자립도 꼴찌 수준인 신안군의 대반전이다. 박 군수는 소멸돼 가는 신안을 살리려면 세계와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을 하려면 예술로 통해야겠구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박 군수와 신안군청 직원들은 예술로 도시재생에 성공한 해외 사례를 샅샅이 뒤져 영국 북동부의 작은 탄광 도시였던 게이츠헤드의 사례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안토니 곰리는 소멸 직전의 게이츠 헤드에 ‘북방의 천사’라는 거대 철제 조각상을 세웠다. 220톤의 철근을 사용해 제작된 20m의 높이의 조각상으로 한때 탄광촌이였던 이 작은 도시를 세계적인 예술도시로 만들었다.
곰리는 UAE(아랍에미리트)가 300억 원을 제안했는데도 자신의 컨셉에 맞지 않는다며 거절한 인물이다. 박 군수는 곰리의 작품을 신안의 섬으로 들여와야겠다고 결심하고, 지난 2018년부터 곰리 측에 수도 없이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신안군의 간절함에 감동한 곰리는 비금도를 방문하고 그곳의 명사십리에 반했다고 한다. 현재 곰리는 신안군과 작품설계를 마쳤다. 런던에서 작업한 후 내년 봄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포스코가 40억 원의 어치의 철근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신안군 예산도 40억 원이 투입된다. 박 군수는 “물이 차면 바다속으로 들어갔다가 물이 빠지면 물 위로 드러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안좌도엔 물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의 플로팅 뮤지엄을 만들고 있다. 인구 55명, 평균나이 73세로 소멸 직전의 도시를 예술의 섬으로 변모시킨 세계적인 거장인 일본의 야나기 유키노리가 설계를 맡았다. 자은도에는 인피니또 뮤지엄이 들어선다. 뮤지엄은 마리오 보타와 박은선 작가의 공동 작품이다.
박 군수는 24개 섬에 1도(島)1뮤지엄을 만드는 것이 신안군의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단체장의 마인드가 그 도시의 미래를 좌우한다. 인구 3만7000여 명에 재정자립도 6.94%의 신안군이 미라클(기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주시는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도시로 변모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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