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국민의힘 정치를 비판하기 위해 ‘원숭이 꽃신’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원숭이가 나무를 잘 타는 이유는 발바닥이 거칠어서 어디든 잘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밀림에서 살기 좋은 신체조건이다. 어느 날 오소리가 원숭이에게 예쁜 꽃신을 가져와서 제발 자기가 만든 꽃신을 꼭 신어 줬으면 좋겠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이건 꽃신이라는 겁니다. 신어보시면 발이 아주 편하고 푹신합니다”고 유혹했다. 원숭이는 지금도 별 불편이 없었지만 오소리의 애원과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신어보기로 했다. 더구나 공짜로 준다지 않는가. 원숭이는 오소리가 준 꽃신을 신어보니 발도 예뻐 보이고 편했다. 오소리는 원숭이의 꽃신이 떨어질 때쯤 되면 새로운 꽃신을 만들어 가져오곤 했다. 그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면서 원숭이의 거친 발바닥은 점점 보드러워 졌고, 약해졌다. 원숭이는 이제 꽃신이 없으면 잠시도 거친 바닥을 그냥 다닐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오소리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동안 무상으로 주던 꽃신을 더 이상 줄 수 없으니 돈을 내고 사라고 강요했다.
그때부터 원숭이는 꽃신 때문에 오소리의 노예가 돼 버렸다. 우화에 나오는 ‘원숭이 꽃신’이야기다. 오소리가 준 꽃신이 원숭이에겐 마약이 돼 버린 것이다. 마약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마약상들이 마약을 공짜로 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약에 중독된 사람은 돈을 주고 마약을 사게 되며 패가망신한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보면 원숭이 꽃신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집권 여당이 되다 보니 권력에 취해 도끼자루 썩는지를 모르고 있다가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박살이 난 것이다. 국민의힘 중앙당 지도부가 총동원돼 선거에 올인했으나 보기 좋게 참패했다. 편하면 안주한다. 편하면 위험해 진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타성에 빠진 것이다. 내년 총선을 판단할 가늠자 선거가 될 것이라고 외치다가 선거에 지고 나니 기초자치단체장 보궐선거를 두고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을 바꾼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해 "선거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지도부는 강서구청장 선거가 험지에서 치른 선거임을 핑계로 강조하고 있다. 강남과 서초를 제외하면 서울이 험지가 아닌 곳이 어딨나. 국민의힘이 말하듯 일개 기초단체장 선거라면 대통령 팔이는 왜 했으며, 서울시장은 왜 팔았으며, 전 지도부가 총동원되는 꼴불견을 왜 보였는가. 강서구민들의 생각을 꿰뚫지 못하고 원숭이 꽃신을 신은 지도부가 선거를 망친 것이다.
김태우 후보 혼자서 민심을 파고들었다면 선거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심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강서구민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며 "그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분골쇄신은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진다는 말이다. 내년 총선이 불과 6개월여 앞두고 있다. 이런 정신으로 분골쇄신이 되겠는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한바탕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 총사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누군가는 이번 선거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지도부 총사퇴하고 비대위 체재로 총선을 치르지 않는 이상 내년 총선 참패도 불을 보듯 뻔하다.
양지만 찾지 말고 선당후사 정신으로 총선에 임해야 한다. 자신들의 안위만 찾다 보면 원숭이가 꽃신을 신게 된다. 대폭적인 물갈이를 통해 진짜 분골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국민의힘은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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