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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채비 유감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11월 26일(월) 15:01

ⓒ 황성신문
어느덧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찾아왔다. 쌀쌀한 날씨에 주위를 둘러보면 닥쳐올 추위를 대비하여 겨울채비로 바빠지는 시골 마을의 풍경을 볼 수 있다. 김장을 준비하고 무를 뽑아서 구덩이에 묻으며 시래기 말리기, 감나무의 감을 따서 홍시를 만들고 곶감을 말리는 모습은 옛날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한번 정도 들리는 시골집에 겨울채비를 할 겨를도 없이 겨울을 맞고 보니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예전에 어른들이 집 모퉁이에 심어놓은 감나무는 고목이 되어 감이 제법 많이 달린다. 떫은 감이지만 때를 맞추어 따서 갈무리를 잘 하면 별미의 겨울 간식이 된다. 홍시와 곶감, 감 말랭이를 만들려면 떫은감으로 해야 더 달콤한 맛이 있다.

 추위가 오기 전에 감나무의 낮은 곳에 달린 감을 조금 따서 홍시를 만들려고 항아리에 넣어 두었고 곶감용으로 감을 깎아 줄에 차례로 꿰어 두었다. 높은 곳에 달린 감은 따기가 힘들어서 다음에 날을 잡아 이웃집의 감 따기용 대나무 장대를 빌려다 따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서리가 내리고 추워져서 감이 물러져 딸 수 없게 되어 못내 아쉽다.예전에는 시골 집집마다 감나무 꼭대기에 까치밥으로 두서너 개 정도만 남겨 두기도 했다.

 먹을 것이 귀한 시절이었지만 조상들은 날짐승들의 먹을거리를 생각하는 여유를 가졌다. 요즘은 경관적으로는 보기가 좋을지 모르지만 일손이 없어서 달려있는 감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감나무가 많아 안타깝다. 과거와 비교하면 물질의 풍요에서 오는 현상이라 생각된다.

 감나무는 조상을 모시는 제사상에는 빠질 수 없는 제물이었기에 소중한 과일로 인식하고 재배하여 온 유실수다. 감나무는 세계적으로 약200여 종류가 있으며,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며 원산지가 한국, 일본, 중국으로 긴긴 세월을 우리민족과 함께 지내왔고 우리 문화에 섞여 자랐으니 누가 뭐래도 우리 나무임이 틀림없다.

 감은 크게 나누어 껍질이 얇은 떫은 감과 껍질이 두꺼운 단감으로 구분되는데, 최근 일본에서 들여온 단감은 추위에 약하여 전라남도나 경상남·북도 등의 남부지방에서만 재배되고 있으며, 최고의 품종이라 할 수 있다. 감나무는 씨를 뿌려 묘목을 만들면 열매가 크게 퇴화하여 맛이 없으므로 반드시 고욤나무에 접목하여야 맛이 좋은 품종을 얻을 수 있다.가을에 단단한 생감을 잘 저장해 두면 색은 더욱 붉어지고 맛은 더욱 달콤해져 먹음직스런 말랑한 홍시가 되고, 생감의 껍질을 벗겨 잘 말리면 쫀득한 곶감이 되어 겨우내 두고 먹을 수 있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좋아하는 식품이다. 특히 어린 감잎에는 비타민 C가 다른 식품에 비해 월등히 많아 감잎차를 많이 만들어 먹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옛 부터 감나무를 오절오상(五絶五常)의 영험한 나무로 여겼다. 나무가 오래사니 수(壽)가 있고, 새가 둥지를 잘 틀지 않는다는 무조소(無鳥巢)이며, 벌레가 꾀질 않으니 무충(無蟲)이며, 열매의 달기가 그보다 더한 것이 없다는 가실(嘉實)이며, 나무가 쇠같이 단단하므로 목견(木堅)이라 하였다.감나무에는 오덕(五德)이 있다고 한다. 그 중일(一)덕은 넓은 잎이 서리를 맞아 단풍이 들면먹(墨)이 잘 묻어 운치 있는 종이 대신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이를 시엽지(枾葉紙)라 했는데 이것은 문(文)을 뜻하며, 이(二)덕은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무(武)이며, 삼(三)덕은 열매가 겉과 속이 똑같아 표리부동하지 않으니 충(忠)이 있음을 뜻하고, 사(四)덕은 열매(홍시)가 부드러워 노인도 먹을 수 있으니 효(孝)를 상징하는 것이며, 오(五)덕은 서리를 이기고 늦가을까지 버티고 있으니 절(節)이 있음을 말한다.

 또한 나무는 검고, 잎은 푸르며, 꽃은 노랗고, 열매는 붉고, 곶감의 가루는 희다하여 흑· 청·황· 적· 백의 오색(五色)을 가진 나무라 하였으니 의미가 많은 나무이다.

 민간에서는 감이 설사를 멎게 하고 배탈을 낫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바로 탄닌 성분이있기 때문이다. 또한 감속에 들어있는 과당, 비타민C 등이 체내에서 알코올 분해를 도와주므로 숙취에도 좋다고 한다.

 감나무의 목재는 단단하고 고른 재질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굵은 나무속에 검은 줄무늬가들어간 것을 먹감나무(烏枾木)라 하여 서각 재료로 사용되고 사대부 집안의 가구, 문갑, 사방탁자등의 장식용으로 널리 이용되었다.

 상큼한 바람과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청명한쪽빛 초겨울 하늘 아래 시골집 담 모퉁이의 감나무가 단연 돋보인다. 그러나 게을러서 감을 모두 따지 못하고 너무 많이 남겨두어 아깝기도 하고 이웃에 부끄럽기도 하다. 까치밥으로 남겨두었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까치가 와서 모조리 먹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경주대학교 조경도시개발학과 최재영 교수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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