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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세상에서 사복과 원효를 생각한다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9년 11월 11일(월) 14:56

↑↑ 고선사지 삼층석탑(국보 제38호, 1975년 발굴조사 전 전경, 문화재청 제공) 원효가 머물렀 던 경주 암 곡동 고선사(高仙寺)는 덕동호 댐 건설로 수몰되었고, 여기에 있던 삼층석탑은 국립경주박물관 남동쪽 뒤뜰로 이전되었다. 이 탑은 장중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 황성신문
[ 삼 국 유 사 ] 에 서울 만선북리(萬善北里)에 과부가 있어 남편도 없이 잉태하여 아이를 낳으매 나이 열두 살이 되어도 말을 하지 못하고 일어서지도 못하였다.

사람들은 그 아이의 이름은 사복(蛇福)이라 불렀다.’ 원효가 고선사(高仙寺)에 머물던 어느 날 사복의 어머니가 죽었다. 이에 어머니의 장례를 위해 고선사를 찾아 온 사복에게, 원효는 예를 다하여 맞았으나 사복은 답례도하지 않고 말하기를 ‘그대와 내가 옛날에 불경(佛經)을 실어 나르던 암소가 지금 죽어버렸으니 함께 가서 장례를 치르는 것이 어떨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효가 이를 흔쾌히 승낙하고 함께 사복의 집으로 향하였다. 사복의 집에 도착하자 사복은 원효를 시켜 설법을 하게하고 계율을 주게 하였다. 원효가 시신 앞에 나와 빌기를 ‘살지 말자니 그 죽음이 괴롭구나! 죽지 말자니 그 삶이 괴롭도다’ 하니 사복이 말하기를, 사설이 복잡하다고 말하였다. 이에 원효스님은 다시 고쳐 말하기를 ‘죽고 사는 것이 괴롭다’ 하였다.

 원효스님과 사복의 짧은 만남에서 우리는 뜻없이 내뱉는 말들의 덧없음과 또 언어의 절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할 말도 많고 듣는 말도 많은 세상, 알맹이도 없이 말을 유창하게하는 모습들이 난무하는 사회, 말 꼬리를 물고 무는 세상이다. 간단명료하게 말하는 그 말 한마디가 천년을 훨씬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회자되고 있음을 본다면 말 한마디가 얼마나 세상 사람들에게 감명과 깨달음을 주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며 생활하는 인간이기에 말하지 않고 의사소통을 할 수는 없지만 마음과 절제를 담은 말 한마디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즘, 원효와 사복의 이야기는 말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일화인 것 같다.

 더불어 법정스님의 말씀 중에 ‘우리들은 말을안 해서, 후회되는 일 보다가 말을 해 버렸기 때문에, 후회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를 떠올려보면 나 자신부터 불필요한 말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신라문화진흥원 부이사장 김호상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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