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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과 가정교사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05월 19일(금) 13:24

↑↑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의 기억 - 연탄가스 먹다
ⓒ 황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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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신문
968년은 내 인생에서 행운의 해이다. 경주지방 K고등학교는 남자면 누구나 입학하고 싶어 하던 학교이다. 그곳에 268명 중에 합격하였다. 아버지 몰래 공부하여 입학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그 영광도 못 알리고 입학하였다. 돈이 되는 아르바이트란 아르바이트를 모두 찾아 나섰다. 석 달마다 나오는 공납금 6,700원은 어린 나의 목을 조르기에 충분하였다. 삶의 괴로움이 저절로 토로하였다.

2학년부터는 돈 벌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아버지에게 손을 벌리다가는 당장에 학교 집어 치우라는 말 밖에 듣지 못하니 땅 팔 노릇이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에게 돕는다.”라고 하였든가? 담임선생님(영어과 신철규)이 불러서 교무실에 들렀다. “이군! 자네 공부하는 데 등록금 내기가 어렵다며? 초교생 입주 가정교사를 한 번 해 보렴!” 그 말씀은 나에게 마른 땅을 촉촉이 적실 단비가 내린 듯 고맙고, 금조각과 같은 말씀이었다.

오후에 학교 파하여 약도 들고 아래시장 옛 경주국악원 터를 쉽게 찾아갔다. 월성군교육청 관리과장 댁이다. 초교 6학년 아이를 가르쳤다. 집에서 다니면 통학기차를 타야 하는데 그것만 해결되어도 행복하였다. 걷는 것은 이골이 났고, 그 또한 행복하게 고교 2학년은 등록금 걱정 없이 마음껏 공부하러 다녔다.

8회 신라문화재 행사가 개최되던 10월 초 아버지는 한복에 중절모 쓰고 지팡이 짚고서, 시내버스 타고 와서 나를 찾아댔다. 동네에서 내 이름을 하도 크게 불러 대서 이웃사람들 모두에게 들리어 부끄러웠다. 잠시 가르치던 것을 접고 대문에 나섰다. 부끄러워 머뭇거렸는데 사모님이 이를 알고, 인사하며 방으로 모시게 하였다. 음료수 마신 후에 집에 가시도록 독촉하였다.

얘야! 집이 없나? 밥이 없나? 그만 내 따라 나서라 가자!” “아버지는 요? 공부는 제가 벌어서 합니다. 걱정 마시소.” 그렇게 아버지를 등 떠밀다시피 하고 역으로 뒤따랐다. 그러나 단호하지는 않았다. 사모님이 거금 500원을 주셨다. 허리 굽은 종심의 아버지 뒷모습을 보았다. 한편 무척 처량하였다. 막내아들 고생한다고 데리러 왔는데 아집으로만 내 공부한다는 것이 너무 과했나 싶다.

아버지는 나를 열 번째 아이로 쉰하나 때 낳아주셨다. 어머니 불혹 넘은 마흔넷이다. 이런 막내가 스스로 공부하려는 것을 그렇게 막으셨는가?

고교 2학년은 인생에서 긴 황톳길이요, 고난의 여정이었다. 서천에서 스스로를 달래가며 대학이라는 곳 뚫기 위하여 고난을 택하였다. 그곳 11월초에 연탄가스를 마셨다. 이제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의 기억이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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