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퐝 처음 만나다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09월 08일(금) 14:48

↑↑ 생애 최초 퐝과 첫 상견례하다
ⓒ 황성신문

ⓒ 황성신문
짧은 생이지만 퐝을 처음 본 것은 1965628일 월요일 오후이었다. 그때는 천지분간도 못하던 시골뜨기 호기심 많은 독학하던 소년이었다. 지인이 P수산대학 야간부에 다니면서 기말고사 치른다고 나를 데리고 퐝에 갔던 것이다.

1965년 해도동(海島洞)은 아예 없었고, 그냥 늪이다. 더욱 포항종합제철소인 POSCO도 없던 시절이다. 퐝 가는 방법도 경주기차역에서 차표 끊어 타고 형산강 따라 퐝역에 내린 것이다. 밤에 어디인지 모를 곳의 여관 얻어 쉬라하곤 그 지인은 시험 치르러 갔다. 기차 타고 이방에서 피곤하여 혼자 사르르 잠이 들었다.

곁에 지인은 시험 치르고 어느 샌가 와서 씻고 있다. “아이고 곤히 자더구마는 내 땜에 깼제.” “아뇨, 아닙니다.” “배고프지, 국수 먹을까?”죽도시장 입구로 나갔다. 도로 가에 카바이드 칸델라 등불을 켜놓고 국수 말아 팔았다. 늦은 밤에도 국숫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배 채우고 깐죽깐죽 따랐다.

지인은 야간대학 다니는데, 시험 치는데 왜 내가 따라 나섰던가? 그 지인은 시()를 쓰고 있다. 시 쓰는 모습에 매료되었다. (浦項)을 한 번도 안가 봤다고 했더니 따라나서라고 하여 나서게 된 것이 동기다. 퐝은 항구도시이다.

포항은 1732(영조 8) 영일현 통양포(通洋浦)”아래에 포항창(浦項倉)”을 설치하고 별장(別將)”을 파견하였다. 창의 곡식으로 함경도 진휼의 바탕으로 삼아 함경도와 경상도를 연결하는 동해안 해로의 중심역할을 하였다. 1914년 포항면, 1931년 포항읍, 1949년 포항시로 승격하였다.

이튿날 잠에서 깼다. 다시 죽도시장으로 갔다. 항구의 비릿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였다. 송도(松島) 바다뱃길로 건너야 P수산대학이다. 빨간 돈 두 장(2) 내고, 줄 배를 탔다. 돈 내고 타면서 승객이 줄 끌어야 하였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너무 신기하였다. 대학 구경하고 건너와 시장에서 국수 사먹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사람 대학기말고사 치르는 데 왜 내가 따라 다녔지? 하기는 덕택에 촌아이가 대학도 구경하고, 항구의 삶을 간접으로 느꼈다. 그렇게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알았다. 사람은 곳곳마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처음 알았다.

집에서는 어린 내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지인을 따라 그렇게 낯설게 다른 도시인 퐝에 가 봤다. 국수로 종일 끼니를 때웠다. 집의 보리밥과 된장이 그립다. 형산강 줄기 따라 경주 말고 퐝도 가봤다.

생애 최초 퐝을 처음으로 상견례 하였다. 나중에 퐝 영일군 모포초교에서 교사할 줄 어이 알겠는가?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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