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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오거리, 육거리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10월 13일(금) 14:50

↑↑ ▲ 포항은 오거리와 육거리로 대별한다
ⓒ 황성신문

ⓒ 황성신문
1973년도 출장으로 포항을 자주 들락거렸다. 구두바닥이 닳도록 걸어 다녔다. 시내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살방~살방~ 걸어서 오거리 H사진관에 들려 실적사진 현상을 맡기고, 지난번에 맡긴 사진을 찾는다. 죽도시장 입구다. 오거리에서 업무마치고 육거리 상원동까지 걸어가면서 시골선생이 도시를 구경한다. 교육청 앞이 육거리다. 포항은 오거리, 육거리가 있다.

토요일 수업을 파하고, 대구에서 시골로 오신 K교감과 함께 포항나들이 한다. 초자교사 앞에 번데기 주름잡는다고 오늘은 최고 한식집에 가자.”라고 제안하여 육거리 동편 유명 한식당으로 들어갔다.

찢어지게 가난하다 쥐꼬리봉급 받는 교사에게 고급 한식당이니 쫄 수밖에 없다. 교감은 경력도 많은데다가 그때는 경북 대도시였던 대구에서 살다 오신 분이라 야멸차게 확실히 통이 컸다. “이 선생, 봉급 얼마지?” 가장 뼈아픈 봉급을 묻는다. “? 이만 칠천 원입니다.” “그래~. 오늘은 내가 살 테니 걱정일랑 말어.” “. 감사합니다.” 벌써 주눅이 들고 말았다.

드르륵~ 큰 소리가 나도록 문을 열어 제치고 들어가니 주인이 아주 친절하다. 방에 드니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교자상을 두 개나 붙여 두고 상위에다 모조지 전지를 깔아두었다. 두 사람이 먹을 건데 상부터 너무 컸다. 무슨 반찬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 차려 올릴 것인지 그것이 참 궁금하였다.

반찬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두 사람 상 앞에 반찬이 마흔여덟 개 접시가 놓였다. 기가 찼다. 태어나고 반찬을 그렇게 많이 갖다 놓은 것은 처음 보았다. 머리를 끄덕이며 반찬그릇을 헤아리고만 있었다. 미역국과 밥그릇이 나왔다. 밥 반주로 막걸리(130)가 도착하였다. 그렇게 그날 토요일 늦은 점심은 한식 한상에 막걸리 한 되로 육천삼십 원이다. 한 달 시골하숙비가 삼천 원인데 완전 기가 팍 죽고 말았다. 생애에 가장 좋은 음식을 대접 받고, 가장 비위가 뒤틀리었다. 그런 연후에 한 번의 그런 식사로 토요일 오거리, 육거리를 나오면 밥값은 내가 줄곧 감당하여야만 하였다. 올케 낚시 밑밥에 걸린 신세가 되고 말았다.

형산강 하류 포항 오거리, 육거리를 지금도 가보지만 젊은 날의 그 뒤틀림으로 인생에서 꼬였다. 인연은 야릇하다. 대학으로 옮기고, 경산 산다는 그 교감을 모 대학병원 앞에서 사모님과 함께 만나서 또 비싼 한식으로 정하였다.

이젠 막걸리도 못 드셨다. 대구 한식(1인 이만 사천 원)을 또 대접하고 말았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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