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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강과 결혼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10월 20일(금) 15:03

↑↑ ▲ 결혼하여도 멀리가지 못하고, 형산강을 건너 다녔다
ⓒ 황성신문

ⓒ 황성신문
형산강 하류를 건너고 또 건너 다녔다. 강은 여전히 가로질러 다녀도 존재한다. 강을 떠나 동해 바닷가 조그만 학교에 풍금 치면서, 파도소리를 엮어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였다. 그렇게 강 건너 강과 결혼하였다.

사람들이 어디 처음부터 그렇게 가난하게만 살아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총각으로 낮에는 악동들과 씨름하고, 밤이면 형광등 아래 중등준교사 국어공부를 하고 지냈다. 현직교사들은 공부하려 하지 아니하였다. 근무시간 마치게 바쁘게 마냥 술집으로 모두 향하였다.

교감은 대구 8년 만기로 시골 바닷가에 발령 난 것이 그렇게 한스러운 모양이다. 매일 직원종회 마치면 5미터 바닷가 골방술집으로 아지트를 찾아갔다. 교장이 퇴근하고 나면 교감이 왕이다. 남자교사는 근무시간이 끝나도 함부(?)로 퇴근하지 못한다. 주간에는 학교 일에 푹 빠졌고, 퇴근이라도 하려면 술집으로 몰아넣었다. 왜 그렇게 군림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술집에서 새벽 두세 시까지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집으로 가는 것은 교감이 마신 술값 때문이다. 윷놀이하여 자기가 이기면 빨리 마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선배와 짜고 일부러 빨리 져 드렸다. 술값 오륙백 원을 갚고 나면 열 시도 안 되어 집으로 가자고 한다. 늦게 터득한 교사들이 바보였다.

못 다한 공부를 더 하고 싶어 중등준교사 책을 펴고 국어의 문학, 문법 공부에 푹 빠졌다. 가을되어 가정실습기간에 큰집에 들러 논바닥 벼를 베고 있는데 아버지 왈, “혼자 살지 말고 안강의 사과밭집 처자와 결혼하여라.”는데 대답도 회피하고 그 길로 학교로 돌아가 공부하고, 어느덧 겨울방학을 맞았다. 19731220일 아버지 돌아가셨다. 어머니 싫어하였다.

어쩔 수 없어 중매쟁이(K여상 교장선생님)의 소개를 받았다. 1974420() 대구 달성공원에서 호랑이 우는 시간인 10시에 대구 대성예식장 웨딩마치가 울리고 말았다. 교사발령 일 년 만에 대구처녀와 결혼하였다. 결혼을 당겨(?)하지 않으려 하였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그렇게 결혼하고 말았다.

결혼하고 나서부터 강을 버린 줄 알았다. 그러나 결혼하러 가는 날도 형산강을 건넜고, 그 후 출장과 토요일마다 강을 따라 큰집으로, 처가로 다녔다. 나는 형산강을 결코 떠날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냥 강 따라 산다.

형산강은 말이 없다. 무심히 건너다니면서 통과의례를 하나 늘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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