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4-05-17 오후 04:46:59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독자기고
전체기사
뉴스 > 독자기고
달빛 모으다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4년 03월 15일(금) 13:47

↑↑ 신라의 아버지달빛으로부터 여럿 모인다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달빛 모으다. 여기저기 달빛 모으는 것이 아니라, 신라의 달빛을 모은다. 달빛이 모이면 반창회를 한다. 신라 달빛도 일천 년을 그때그때 환란 겪으며 지내왔으리라. 달빛이 삶의 고통을 대신한다. 직접 조명이 못 되는 여린 달빛은 늘 누구에게나 은은하게 위로하여 준다. 달빛 모은다.

머릿방 높이 달린 동창으로 작은 구멍이 생기더니 공부하는 내 책상머리에 길게 내리 비추인다. 작은 빛이 책상 위에 닿으면 커다란 여린 빛의 원을 만든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다. 여기저기에 둥근 원이 생겼다. 나는 그들 달빛을 하나씩 반겨 맞이한다. 신라의 달빛이다. 경주의 달빛이다.

아버지달빛은 아버지 역할을 한다. 많은 자식들 건사하고 인간되라고 매일 그때그때 일러준다. 걸음걸이, 어른에게 말하기, 상대방에게 말하기, 필요할 때 굽힐 줄 알며, 자랑하고플 때 숨길 줄 알도록 가르쳐 주었다.

어머니달빛은 어머니 사명을 다한다. 많이 낳은 자식들 거둬 먹이고, 길쌈하여 철따라 옷 갈아입히고, 때 묻은 옷 손빨래하여 다림질하여 준다. 화려한 천은 아니더라도 무명, 삼베, 성혼하면 명주까지 고루고루 입혀 주어 헐벗음을 숨겨 주었다. 어머니의 은혜는 뼈를 갈아도 다 못 갚는다.

형님달빛은 형님다운 본보기를 준다. 많은 동생들에게 늘 모범을 보이고, 혹 없이 여김 당하지 않도록 울타리 쳐 준다. 혹 약하게 보일 새라, 늘 걱정하고 다독이며 밝음을 기본으로 자라게 도와준다.

누님달빛은 누님다운 섬세함을 보여 준다. 많은 동생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동생 돌보기를 자기 몸 이상으로 돌본다. 누님들은 시집가면 집안 욕 안 먹도록 노력하고, 좋은 가문의 여식으로 자랐다는 소릴 듣는다. 하나같이 집을 찾아가도 살림살이 잘 간수 하고, 부지런하고 검소하게 생활한다.

신라달빛은 남천 시래천변에서 자라고, 모은 달빛을 하나같이 풀어내어 자기 삶에 보탬이 된다. 달빛, 신라달빛을 모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늘 모범으로 여린 빛이나마 자랑스러운 가문을 전해갈 수 있다.

달빛은 오늘도 모은다. 신라의 달빛을 모은다. 어디에 가서 살던 신라의 달빛을 잊지 말라고 이국 캐나다에 가서 사는 손녀 이름에 신라를 잊지 말라세라(世羅)”라 지었다. 직접 빛 비추이지 못하는 달빛이라도 모아 기도한다. 신라의 달빛이 소리 소문 없이 도와 줄 것이라고.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진현동(進峴洞)은 구름을 마시고 토한다는 토함산(吐含山) 기..
하동(鰕洞)은 물도 맑은 거랑에 새우가 많았다.(1)..
2025년 경주 월정교에 21개국 정상들 모여야 한다..
경주시-포항의료원, ‘찾아가는 행복병원’ 운영..
경주농협 조합장에 최준식 현 조합장 재선 성공..
현대강업·대승, 저출생 극복 성금 1000만 원 기탁..
2025 APEC 경주, 세계 속의 한국을 말하다..
국립공원 토함산 24곳에 산사태 발생 석굴암 ‘위험’..
경주시, 전기 이륜차·굴착기 보조금 지원..
동국대 WISE캠퍼스 이준희 교수, 삼성 연구 과제 수주..
최신뉴스
국립공원 토함산 24곳에 산사태 발생 석굴암 ‘위험’..  
경주시, 2024년 도시개발 핵심 전략 밝혀..  
경주시 공약 이행 평가 이어 합동 평가도 최우수..  
포항경주공항에 국제선 취항 날개짓..  
보문단지에서 불국동 5분 만에 간다..  
경주시, 경북도 지방세정 종합평가서 ‘우수상’ 수상..  
제62회 경북도민체육대회 폐막... 경주시 4위..  
경주지역 해수욕장 7월 12일 개장한다..  
경주시, APEC 정상회의 준비···‘파란불’..  
경주시, ‘탄소소재 부품 기업지원 사업’으로 탄소 산업 ..  
역사속으로 사라진 ‘건천지하차도’..  
하반기 공공일자리사업 참여자 78명 모집..  
남경주에 첫 파크골프장 개장..  
부처님 오신날에...스님에게 가스총 쏜 90대 체포..  
경주 보문호수 승용차 추락사고 발생..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