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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의 기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12월 15일(월)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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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해가 아쉬웠는데 모든 것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의 띠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 죽어도 얻어먹는 한 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 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던 친구들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50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석촌공원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의 세월들... 깡소주를 벗 삼아 물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랫줄 서너발 철물점에 사서 청계산 소나무에 걸고 비겁의 생을 마감하자니 눈물을 찍어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안돼, 아빠! 안돼” 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걸어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 걸어가야지 … < 서울 영등포 노숙인 쉼터‘행복한 우리집’ 식당 벽에 붙어 있는 시. 부제 ‘충정로 사랑방에서 기거했던 어느 노숙인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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