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4-05-17 오후 04:46:59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수필
전체기사
뉴스 > 수필
넷째 형과 불도저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2년 10월 21일(금) 13:02

↑↑ 불도저가 저절로 움직인다
ⓒ 황성신문

ⓒ 황성신문
시래천 추억이다. 다섯 살 많은 넷째 형과 시래천 추억이다. 그 시대에 불도저(Bulldozer)라는 것은 괴력의 힘을 가진 괴물이라 처음 보았다.

불도저가 마을 앞에서 굉음내고, 흙 퍼다 제방 만들고 있다. 그 굉음 소리에 마을사람들이 모두 나와 구경하고 있다. 넷째 형은 가장 먼저 나와 있다.

아버지가 소 풀 베러 가라고 하였는데 그 일은 하기 싫어 점심도 굶은 채로 언덕에 엎드려서 불도저 운전하는 아저씨를 관찰하고 있다.

그렇게 오전 내내 굉음 내던 소리가 멈추고, 아저씨가 점심 먹으려고 자리를 떴다.

빈 불도저는 제 할일을 쉬고, 캐트필러(Caterpillar)로 꽉 잡고서 경사의 내리려는 힘을 이기려고 땅에 딱 붙어있다.

종일 불도저 운전하던 아저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점심도 굶던 넷째 형이 갑자기 불도저 위로 부리나케 올라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고 나는 깜짝 놀랐다.

종일 불도저 운전하는 방법을 혼자 익혀서 마침내 운전석 자리에 앉았다.

내가 초교 1학년 때이니 형은 6학년이다. 불도저 기사 아저씨가 열쇠를 꽂아놓아 두고 자리를 떴다. 넷째 형은 이때다 싶어서 기사가 없는 사이에 연습해 보고 싶은 마음이 충동질되어 그만 시동을 걸고 말았다.

아마도 불도저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를 밟았던 모양이다.

그러자 그 육중한 괴물이 움직이었다. 대성공이다. 그만하고 내려 왔으면 좋았을걸.

넷째 형은 마치 불도저 기사가 된 것처럼 전후진을 자유자재로 할뿐만 아니라 불도저에 달린 삽도 내렸다올렸다 하면서 흙을 푹 집어 올려서 밀고 올라가 들이부었다.

점심을 먹고 있던 기사아저씨가 혼비백산하고 날듯이 뛰어왔다. 불도저가 혼자 움직이는 원인을 그제야 알아차리고 말았다.

넷째 형은 붙잡혀서 내려와 뺨을 얻어맞아 피탈이 났다.

나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서 아버지께 알려드렸다. 그런 후 아버지의 일백 번 사과로 일단락이 되었다.

그러나 넷째 형은 그날 밤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이튿날이 되고, 집에 온 넷째 형을 꾸중하기 시작하였다. “네가 무슨 불도저 기사냐?” “.” 그리고 더 많은 꾸중을 한꺼번에 들었다.

넷째 형은 군입대하여 적성검사에서 숨길 수 없었다.

경기도 가평의 군 수송대로 직행하였다. 부산R-TV학원을 수료하였기에 전자기술로 나중에 대적선전대에 근무하다 제대하였다.

불도저가 스스로 움직인 사건이다.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진현동(進峴洞)은 구름을 마시고 토한다는 토함산(吐含山) 기..
하동(鰕洞)은 물도 맑은 거랑에 새우가 많았다.(1)..
2025년 경주 월정교에 21개국 정상들 모여야 한다..
경주시-포항의료원, ‘찾아가는 행복병원’ 운영..
경주농협 조합장에 최준식 현 조합장 재선 성공..
2025 APEC 경주, 세계 속의 한국을 말하다..
현대강업·대승, 저출생 극복 성금 1000만 원 기탁..
국립공원 토함산 24곳에 산사태 발생 석굴암 ‘위험’..
경주시, 전기 이륜차·굴착기 보조금 지원..
동국대 WISE캠퍼스 이준희 교수, 삼성 연구 과제 수주..
최신뉴스
국립공원 토함산 24곳에 산사태 발생 석굴암 ‘위험’..  
경주시, 2024년 도시개발 핵심 전략 밝혀..  
경주시 공약 이행 평가 이어 합동 평가도 최우수..  
포항경주공항에 국제선 취항 날개짓..  
보문단지에서 불국동 5분 만에 간다..  
경주시, 경북도 지방세정 종합평가서 ‘우수상’ 수상..  
제62회 경북도민체육대회 폐막... 경주시 4위..  
경주지역 해수욕장 7월 12일 개장한다..  
경주시, APEC 정상회의 준비···‘파란불’..  
경주시, ‘탄소소재 부품 기업지원 사업’으로 탄소 산업 ..  
역사속으로 사라진 ‘건천지하차도’..  
하반기 공공일자리사업 참여자 78명 모집..  
남경주에 첫 파크골프장 개장..  
부처님 오신날에...스님에게 가스총 쏜 90대 체포..  
경주 보문호수 승용차 추락사고 발생..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