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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흐르다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02월 03일(금) 16:03

↑↑ 형산강 남천 시래천 강물과 대화 한다
ⓒ 황성신문

ⓒ 황성신문
조요한 달빛을 혼자 받으며 부엉이 소리 듣고 옴츠러드는 외딴집 소년이 달밤을 걷는다. 들판 언덕길 무서워하며 길 걷는다. 하늘에 달린 흰 달이 내가 걷는 만치 자꾸 따라나선다. 왜 달이 따라 오지. 그냥 무섭다. 그때 생각하지도 못했던 강물소리 들린다. 꼴꼴~ ~. 강물이 흐른다.

강가 살면서 우연히 강물소리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강에 대하여 무심하였든가? 강은 누가 불러주어 강이 되었나? 강이 있어 강물이 흐르고, 강물소리 되어 귀를 즐긴다. 강가 둑 위에 누워 늦은 밤 허연 여성의 치마를 구경하듯 강물 흐르는 소리에 시간이 흐른다. 강물이 흐르다.

묘답 다섯 마지기 논둑이 강둑이다. 밤의 논바닥은 검푸르다. 다만 고랑과 고랑사이에 간혹 물빛이 어리어 보이고, 저만치 떨어진 역사(驛舍)의 가로등불 빛이 졸고 있다. 낮이 아니고 서늘한 바람 부는 강둑에서 토함산 밤나들이 가는지 서른 세 굽이마다 들고 날 때 자동차 불빛이 헛갈린다.

동네사람 한둘 나와 강둑에 앉으며 인사한다. 올해 농사는 강물이 갖다 준 고마운 물로 풍년이 들 것이라 한다. 뒷집 아저씨는 그것은 두고 보아야 안다고 거든다. 얼굴에 우수어린 뒷집아저씨는 늘 불만이 가득하다. 아마도 왜 긴 강이 있느냐, 짧은 강으로 끝나지.”하고 투덜댈 듯하다.

저마다 강의 추억을 만들었으리라. 형산강은 길다. 저 멀리 동해바다로 간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시원한 막걸리 한 잔 들이키듯 시원하게 듣고 느낀다. , 허연 강물은 흐르다.

밤낮 없이 시간은 흐른다. 강물은 사람들이 자고 있는 한밤에도 흐른다. 여름 태풍이 몰고 오는 소낙비를 맞아들이기도 한다. 강이 누굴 탓하랴! 냅다 태풍의 여파로 홍수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강물은 흐를 뿐이다.

강물과 마주하여 대화를 한다. 하늘의 은하수도 내려다보면서 칠월칠석날에 칠석 비 내릴지 정한다. 북두칠성이 가로질러 ×을 한 바가지 퍼 준다. 지독한 냄새로 격하다. 강물이 씻어준다. 강물의 고마움에 다시 대화한다.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겠니? 강물 가는 곳으로 가고 싶어 마침내 강으로 갈 것이다. 그러면 강물은 흘러, 흘러 어디로 가겠니? 저보다 너르고 큰 세상 보고 싶어 태평양이 있는 동해로 찾아 가겠지.

나는 강물과 지금도 어린 날처럼 대화하며 산다. 그렇게 강물은 흐르다.

조요한 달빛을 혼자 받으며 부엉이 소리 듣고 옴츠러드는 외딴집 소년이 달밤을 걷는다

. 들판 언덕길 무서워하며 길 걷는다. 하늘에 달린 흰 달이 내가 걷는 만치 자꾸 따라나선다. 왜 달이 따라 오지. 그냥 무섭다. 그때 생각하지도 못했던 강물소리 들린다. 꼴꼴~ ~. 강물이 흐른다.

강가 살면서 우연히 강물소리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강에 대하여 무심하였든가? 강은 누가 불러주어 강이 되었나? 강이 있어 강물이 흐르고, 강물소리 되어 귀를 즐긴다. 강가 둑 위에 누워 늦은 밤 허연 여성의 치마를 구경하듯 강물 흐르는 소리에 시간이 흐른다. 강물이 흐르다.

묘답 다섯 마지기 논둑이 강둑이다. 밤의 논바닥은 검푸르다. 다만 고랑과 고랑사이에 간혹 물빛이 어리어 보이고, 저만치 떨어진 역사(驛舍)의 가로등불 빛이 졸고 있다. 낮이 아니고 서늘한 바람 부는 강둑에서 토함산 밤나들이 가는지 서른 세 굽이마다 들고 날 때 자동차 불빛이 헛갈린다.

동네사람 한둘 나와 강둑에 앉으며 인사한다. 올해 농사는 강물이 갖다 준 고마운 물로 풍년이 들 것이라 한다. 뒷집 아저씨는 그것은 두고 보아야 안다고 거든다. 얼굴에 우수어린 뒷집아저씨는 늘 불만이 가득하다. 아마도 왜 긴 강이 있느냐, 짧은 강으로 끝나지.”하고 투덜댈 듯하다.

저마다 강의 추억을 만들었으리라. 형산강은 길다. 저 멀리 동해바다로 간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시원한 막걸리 한 잔 들이키듯 시원하게 듣고 느낀다. , 허연 강물은 흐르다.

밤낮 없이 시간은 흐른다. 강물은 사람들이 자고 있는 한밤에도 흐른다. 여름 태풍이 몰고 오는 소낙비를 맞아들이기도 한다. 강이 누굴 탓하랴! 냅다 태풍의 여파로 홍수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강물은 흐를 뿐이다.

강물과 마주하여 대화를 한다. 하늘의 은하수도 내려다보면서 칠월칠석날에 칠석 비 내릴지 정한다. 북두칠성이 가로질러 ×을 한 바가지 퍼 준다. 지독한 냄새로 격하다. 강물이 씻어준다. 강물의 고마움에 다시 대화한다.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겠니? 강물 가는 곳으로 가고 싶어 마침내 강으로 갈 것이다. 그러면 강물은 흘러, 흘러 어디로 가겠니? 저보다 너르고 큰 세상 보고 싶어 태평양이 있는 동해로 찾아 가겠지.

나는 강물과 지금도 어린 날처럼 대화하며 산다. 그렇게 강물은 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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