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4-05-03 오후 04:48:18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수필
전체기사
뉴스 > 수필
강 건너 목로주점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02월 10일(금) 16:48

 

↑↑ 빈수골 목로주점(그림 좌상)
ⓒ 황성신문

ⓒ 황성신문
동네에서 폴짝 돌다리를 건너면 삼밭골 지나 건너동네 중뱅이 빈수골에 목로주점이 있다. 게다가 도회지 아가씨를 몇 데려다 놓으니 농사철 일해야 하는 대낮부터 흥청망청 노랫가락 들린다. 막걸리 따라 주는 곳이다. 남정네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목로주점인 줄만 알았는데 그 풍정이 가관이다. 강 건너 빈수골에 색주가가 생겨서 농촌사회가 술렁인다. 시대적으로 놀랄 일이다.

아가씨 데리고 술 마시는 술집에는 이른 시간부터도 장사가 된다. 호주머니에 몇 푼의 돈이 생기면 집 돌볼 생각은 없고, 술집을 드나든다. 흰 옷 입은 남정네들의 발걸음이 절로 자꾸 모인다. 목로주점이 번창해진다. 기차역에서 형산강 남천 시래천을 건너 방어리 나가는 산 밑 외딴 집이다.

낡은 벽 위에는 술통이라는 즉흥시가 액자로 한 편 걸리어 있다. “내가 죽으면/술통 밑에 묻어 줘/운이 좋으면/밑동이 샐지도 몰라하하하. 술꾼 남정네들은 내일 죽어도 오늘은 술을 마셔야 하는 모양이다.

그 목로주점 집은 맞배집으로 다섯 칸이나 된다. 왼쪽 방에는 술통을 쟁여 놓고 그곳에서 안주도 세팅하며, 흰 사발을 켜켜이 빼곡히 쌓아 두었다. 시골마을에 네 칸이나 모두 술청을 차렸다. 방마다 아가씨가 기다린다. 쭈그러진 주전자가 오늘도 주인 만나려고 일렬로 매달려 기다린다.

어린 소년 우리들도 이 달렸다고 호기심이 동하였다. 서넛이 모여 뒤뜰 언덕위로 가서 봉창으로 들여다본다. 남정네 두 셋이 방마다 들어 앉아 아가씨 허리춤을 감싸 안고, 젖 같은 뿌연 막걸리를 백 사발에 붓는다. 무슨 술 원수를 만난 것처럼 마구 들이킨다. 유행가와 육자배기 부르면서 자연의 시간을 죽인다.

남정네들은 집을 잊어버리고 부어라 마셔라, 끝없이 막걸리로 취해간다. 우리 집에 세든 부산에서 온 M씨 아저씨도 그곳에 세월을 무작정 쓰고 있다. 딸 넷 낳고, 자동차부속품을 팔아서 제법 돈을 쥐고 사는 분이다. 아들 생각에 술 마신다.

저녁 여섯 시 통근기차가 불국사역에 도착하여 떠나면서 사람들이 줄지어 그 술집으로 들어간다. 목로주점은 사람을 빨아들인다. 셋째형 구멍가게에는 손님이 없다. 잘 팔리던 잔술도 안 팔린다. 곧 접어야 할 것 같다.

목로주점 술집에는 하루가 다르게 술꾼들로 가득 찬다. 그곳에는 낮도깨비가 나오던 곳인데 세 내어, 수리하고 다듬더니 제법 변신시킨 곳이다.

술집아가씨라는 소프트웨어 곁들여 강가 산 밑에서 목로주점 문전성시 이룬다.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진현동(進峴洞)은 구름을 마시고 토한다는 토함산(吐含山) 기..
진현동(進峴洞)은 구름을 마시고 토한다는 토함산(吐含山) 기..
김석기 의원 국힘 원내대표 도전하나···시민들 ‘관심’..
경주시설관리공단, 재능기부 활동으로 ESG경영 실천..
선도동 야척마을 도시가스 보급한다..
경주시-한수원, SMR 활용 ‘탄소중립 도시 조성’ 상호 협..
김석기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나가야 한다..
경주시 음식점서 화재… 1억3800여만 원 재산피해..
황룡사 9층 목탑 디지털 복원 AR 서비스..
경주시-농림부, 604억 규모 공동투자...'농촌협약' 체결..
최신뉴스
경주시 농림·축산·해양 분야 핵심 비전과 전략 발표..  
경주시, “저출생과 전쟁” 종합대책 마련 총력..  
코로나19 방역 ‘관심’ 단계로 하향…일상 회복 본격화..  
보덕동에 이렇게 자랑스러운 공무원이 있다..  
경주상의, 2024 상공대상 시상식 개최..  
종합청렴도 1등급 유지에 사활건다..  
경주시, 국세청과 세금 포인트 혜택 협업..  
경주시, 국제회의 복합지구에 2년 연속 선정..  
경주에 국내 최초 탄소소재 부품 리사이클링센터 들어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경주농업 인력난 해소 앞장..  
새로운 핫플레이스 ‘경주 자전거공원’ 개장..  
금리단길, ‘황금별 테마거리’로 화려하게 재탄생..  
경북문화관광공사, ‘해양교육 및 문화관광 활성화’ 업무협..  
경주시, 수도 요금 고액 체납자 징수 총력..  
민간인과 인근 공장 관계자 산불 초기 진압..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