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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너머 옥녀봉 바라보다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05월 04일(목) 13:27

↑↑ ▲ 서천 너머 옥녀봉 치어다보다
ⓒ 황성신문

ⓒ 황성신문
남천에서 훌쩍 서천으로 나온다. 경주는 형산강 중류로 그 지천이 여럿 있다. 남으로 남천, 서로 서천, 북으로 북천(알천)이 있다. 서천 주변에서 고등학교 다니며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얻은 무척 아린 곳이다. 집 떠나 돈 벌어가며 공부하던 학창기에 시련 겪으며, 연탄가스 마시고 죽음의 눈물을 흘린 곳이다. 그로인하여 아울러 삶의 힘을 더 기른 곳이기도 하다.

경주 서쪽을 보면 아래시장(=현 중앙시장)에는 건물도 없이 난전을 펴던 곳이다. 서천 무너미 땅까지 걸어 야트막히 흐르는 서천의 징검다리 건너면 송화산(160m)이요, 황톳길이 오롯이 보이는 곳이 옥녀봉(276m)이다.

고교 1학년 때는 그래도 공부의 양이 적어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하며 공부할 수 있었다. 중학교 교실에 가서 위클리 매스매틱스주간 수학문제지, “더 만스리 잉글리시월간 영어잡지, 고교에는 진학월간 잡지 등을 배달하고, 달마다 아진산업(-옥양목, 라디오, 재봉틀, 괘종 벽시계 등) 낙찰계주가 되어 돈 벌며 공부하였다. 2학년에 가서는 공부양이 늘어나서 당황하였다. 담임선생님(영어 신철규)이 직접 초등학생 입주가정교사 자리를 알선하여 주었다. 그곳이 경주 옛 국악원 터이었다.

우선 집에서 통학하지 않아서 좋다. 가정교사 집에서 밥 먹고, 학교 다니며 열심히 공부하였다. 초가을 연탄불 피워서 그날 저녁에 죽을 뻔하였다. 경주기독병원에 가서 쉬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문제는 후유증이었다. 이튿날 학교까지 평소 20분이면 족한데 40분이나 걸렸다.

밤에 초등학생 가르치고 늦은 시간까지 내 공부를 하였다. 늘 긴장한 상태에서 새벽 여섯 시면 기상하였다. 아래시장 지나 서천강변으로 갔다. 흐르는 형산강 강물에 시골에서 하였던 것처럼 자연 도랑물 손으로 퍼 올려 고양이 세수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훔쳤다.

송화산이 낮고, 옥녀봉이 뾰족하게 높아서 항상 눈으로 먼저 들어온다. 왠지 옥녀봉이라 붙인 사연은 모르지만 나처럼 남의 집에 입주하여 살아가야 하듯 슬픈 사연이 있겠다 싶다. 그 옥녀봉 이름처럼 나는 그래 살았다.

매일 아침 서천에서 세수하며, 무너미 땅에 오르락내리락 달리기도 한다. 지근거리의 옥녀봉을 바라보며 이러면서 공부는 왜 하여야 하나 후회도 하였다. 소원성취 위하여 옥녀봉 바라보며 청운의 꿈 먹었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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